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준비가 되면 만나고 싶어. 그 '준비'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의미인지 알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핑계야. 어쩌면 '못' 만나는데 그걸 죽어도 인정하기 싫은 내 자존심을 보호해주는 마지막 장치랄까. 그러면서도 늘상 외로워 죽겠다를 연발하지. 그런 말이라도 안하면 사람들이 나를 성정체성에 문제있는 사람으로 치부할까봐. 근데 실제 외롭기도 해, 무척이나. 오늘처럼 청아한 하늘을 보며, 쌩쌩 부는 바람을 맞으며 혼자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어.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애교 떨고 커피 사달라고 조르고 싶어. 하지만 그 '준비'라는 것이 끝나지 않는 한 나는 누구를 만날 자격이 안되는 것 같아 자꾸 망설이게 돼. 세상이 부여한 자격이라는 것이 어찌나 까다롭고 삼엄한지 시작도 하기 전에 위축이 드는 느낌. 마치 고(高)스펙의 지원자들이 줄줄이 서있는 입사지원 창구에 몇 줄 씌여지지도 않은 허름한 이력서 들고 얼쩡거리는 심정이랄까. 어쨌든 그 준비라는 것이 언제쯤 끝나고 본 게임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아마 그 때까지 외로워 죽겠다를 외치며 하루하루 무덤덤하게 외롭지 않은척, 바쁜척 하며 살아가겠지.





